2025년 7월 27일
비합리적 선택의 함정: 다크 패턴으로 본 행동경제학
다크 패턴(Dark Pattern)이란?
다크 패턴은 사용자가 자신도 모르게 불리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조작적인 UX/UI 설계를 말합니다.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사용자의 심리를 파악해 특정 행동(구독, 결제 등)을 하게 만드는 고의적 디자인입니다.
2025년 2월 시행된 전자상거래법 개정으로 국내에서도 ‘해지 방해’, ‘자동 결제 전환 미고지’ 등 6가지 유형의 다크 패턴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행동경제학과 다크 패턴
행동경제학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비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을 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다크 패턴은 이러한 심리적 편향을 이용해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결제나 가입을 하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다크 패턴에 숨겨진 5가지 심리 트릭과 실제 사례

1. 기본값 편향(Default Bias)
우리는 복잡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기본으로 설정된 옵션을 그대로 따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기본값 편향(Default Bias)이라고 부르며, 예를 들어
휴대폰을 새로 설정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림 설정이나 위치 추적 등의 기본 설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도 있으며
온라인 쇼핑몰에서 기본 배송 옵션이 '유료 빠른 배송'으로 설정돼 있으면, 소비자는 무심코 그대로 결제하고 나중에야 추가 비용을 인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이러한 기본값은 '귀찮음'이나 '정보 부족'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선택지가 됩니다.
C사이트는 ‘첫 달 무료 체험’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카드 정보를 입력해야 하며 자동 결제가 ‘기본 설정’으로 적용됩니다.
사용자가 별도로 해지하지 않으면 기본값 그대로 유료 결제로 전환되는 구조죠. 이때 대부분의 사용자는 해지 절차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귀찮아하며 그대로 둡니다.
2. 손실 회피(Loss Aversion)
사람들은 ‘잃는 것’에 더 강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자신이 이미 갖고 있거나 누리고 있는 것을 잃는다는 생각은 같은 금액을 얻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불안과 걱정을 불러일으킵니다.이를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고 부릅니다.
기업에서는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잃음의 공포’를 자극하곤 합니다.
구독 해지 시 “지금 해지하면 할인 혜택을 잃어요”, “남은 포인트가 소멸됩니다” 같은 경고 문구
예약 사이트에서는 “지금 예약하지 않으면 단 1개 객실이 곧 사라집니다” 등으로 사용자의 해지나 예약 취소를 망설이게 만듭니다.
이 문구는 소비자가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선택을 강요받거나 망설이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3. 희소성과 긴급성(Scarcity & Urgency)
사람들은 ‘기회가 한정되어 있다’거나 ‘남들보다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쉽게 흔들립니다.
인기 있는 물건이 “마지막 1개”라고 적혀 있으면, 실제 필요 여부와 상관없이 구매 결정을 서두르게 되며, 친구들이 모두 같은 카페에 간다고 하면 “나만 뒤처질까 봐” 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죠. 이를 희소성과 긴급성 원칙이라고 부릅니다.
온라인 서비스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해 사용자가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도록 압박합니다.
예를 들어 호텔 예약 사이트에선 “지금 이 객실을 5명이 함께 보고 있어요”와 같은 메세지를
“마지막 재고 3개!"와 같은 메시지를 과장되게 보여주곤 합니다.
이는 실제 수요보다 훨씬 적은 재고를 강조하거나 방문자 수를 부풀려서 사용자가 급하게 선택하도로 유도합니다. 당연하지만 이런 메세지가 모두 실시간 상황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며, 때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경고 문구임이 밝혀져 소비자 불만도 늘고 있습니다.
4.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
사람들은 같은 정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인식합니다.
같은 사실이라도 정보를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과 판단이 달라지는 것을 말합니다. 즉,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방식으로 ‘틀’을 만들어 보여주면, 사람들이 선택이나 행동을 다르게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90% 성공률”이라고 표현하면 긍정적으로 인식되지만, 같은 상황을 “10% 실패율”이라고 표현하면 부정적으로 느껴집니다. 비슷하게 “지방 10% 포함”이라고 쓰는 것과 “지방 90% 제거”라고 쓰는 것의 차이도 프레이밍 효과에 해당합니다.
5. 사회적 증거(Social Proof)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따라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타인의 행동이 자신의 결정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방금 서울 김OO님 외 n명도 이 상품을 구매했습니다’, ‘10만 명이 선택한 베스트셀러’ 같은 팝업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 메시지들은 “많은 사람이 이미 선택했으니 나도 믿고 따라야겠다”는 신뢰와 안도감을 줘서 구매를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넛지(Nudge)와 다크 패턴 비교
구분 | 넛지 (선한 UX) | 다크 패턴 (조작적 UX) |
---|---|---|
목적 |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 유도 | 기업 이익에 유리한 선택 강요 |
예시 | 건강식 메뉴 눈에 띄게 함 | 숨겨진 유료 옵션 기본선택, 해지 방해 |
사용자의 자유 | 선택과 거절 모두 쉬움 | 거절이나 해지가 어렵도록 설계됨 |
마무리: 다크 패턴은 알고 나서 피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다크 패턴이 단순히 기업의 성장을 위한 ‘꼼수’ 정도로 여겨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례가 알려지고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면서, 이제는 명확한 불법 행위로 법적 규제 대상이 되었습니다.
위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다크 패턴은 사람들의 심리적 약점을 노려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수법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심리 트릭을 알고 이해한다면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